한국의 대마도(쓰시마) 핵폐기물 처리장 유치 추진 보도를 보고

2023. 12. 7. 07:56사설, 칼럼

한국에서 대마도에 핵폐기물(核のゴミ) 처리장이 생길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시스, 부산일보 정도만 자세하게 보도하고 나머지는 별로 자세하게 적지는 않았다.

이슈가 식은 거 같으니 오히려 이때가 업로드 하기 좋은 타이밍 같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일단 지방자치단체에서 응모를 해야 된다. 응모를 하고 일반적인 자료(화산활동, 지진 자주 일어나는 지 등)를 조사하는 문헌조사 기간이 2년 있다.

문헌조사에 참여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최대 20억엔까지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합격하면 다음 단계가 개요조사다. 땅을 파봐서 문제가 없는 지 지진이 날 경우에 영향이 어떠한 지를 조사하는 게 4년이 걸린다.

근데 이 개요조사를 하려면 해당 지자체(시정촌)장의 동의가 있어야 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속한 곳의 지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 개요조사 기간에는 최대 70억엔까지 돈을 받을 수 있다.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또 정밀조사라는 걸 진행해야 되는데 이게 14년이 걸린다. 여기 단계에서 얼마를 주는 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이 3가지 단계를 쾌속으로 거쳐도 20년인데, 건설까지 진행을 해야 한다. 이것도 몇 년 걸릴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 지금 최초로 문헌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홋카이도의 슷츠쵸(寿都町・すっつちょう)도 쉽게 가지는 못하고 있다.

슷츠쵸는 인구가 3000명도 안되는 동네로 하코다테와 삿포로 사이에 있고 홋카이도의 서쪽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 핵폐기물 처리장을 추진하는 슷츠町長(쵸의 우두머리) 카타오카 하루오 라는 사람인데, 경쟁자로 출마하는 사람이 없어서 계속 무투표로 당선되었다가 2021년 10월에 진행된 선거에서는 드디어 경쟁자가 나와서 선거를 했다.

수십 년 만에 무투표 선거가 아니라는 거는 상대방이 핵 폐기물 처리장 반대파라서 출마했다는 것.

경쟁 후보 에치젠야 요시키 후보는 핵 폐기물 처리장에 대해 당연히 카타오카 쵸장과 반대되게 핵 폐기물 처리장 건설 반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선거 운동을 했다.

카타오카 쵸장은 우리 동네에 돈이 없는데 어쩔 거냐 그지들아(직접 그렇게 얘기하진 않았는데 쉽게 설명하려고 내가 이렇게 표현했다) 이거라고 해서 돈이라도 받아야지 T.T라는 식으로 호소했다. 그리고 설명회도 계속 열고 있다.

또한, 정부기관 NUMO에서 조사, 설명회를 위해 사람을 파견하기 때문에 소소한 경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뭐 그래봐야 10~20명 수준이겠지만.

그걸 TV아사히 계열 ANN에서 촬영해서 텔레멘터리(TV + 다큐멘터리의 의미인듯)로 방송하는 걸 내가 재작년에 봤었던 기억이 난다.

워낙에 사람이 소수니까 선거운동도 한 집 한 집 다 찾아가서 이야기를 하고 두 후보가 선거 운동하면서 마주칠 일이 너무 많았던 게 인상 깊다.

또, 두 진영이 개표 중개를 듣는 것도 바로 옆 건물에서 진행되는 게 이색적이었다. 사실 인원 수가 적어서 선거가 끝나고 금방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선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최소 20년 동안 추진되는 일인데다가 단계가 있기 때문에 추진하던 지자체장이 바뀌면 그냥 그대로 엎어지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기 때문이다.

최신 진행 단계로는 작년 말에 나온 뉴스는 슷츠쵸는 문헌조사 단계가 거의 다 끝났는데 다음 단계인 개요조사로 넘어가기 위해서 그를 위한 주민투표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했었다.

근데 올해 5월에 문헌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나왔고 곧 개요조사로 간다고 한 걸로 봐서 주민투표를 안했거나 이미 하고 넘어가는 듯하다.

슷츠쵸 외에도 神恵内村(카모에나이무라・かもえないむら)라는 곳도 같이 신청을 해서 문헌조사가 끝났다. 여기도 일단은 이상은 없는 듯하다.

그래서 슷츠쵸와 함께 다음 단계인 개요조사를 신청할 거라는 뉴스가 5월에 있었다.

여기는 유권자 수가 706명 밖에 안되는 완전 시골이라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는 곳이다. 36년 만에 촌장 선거가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은 마찬가지로 그 전까지는 계속 혼자만 출마해서 무투표 당선이었다는 것.

아무튼, 더 중요한 거는 위에서 언급한 개요조사의 조건대로 "해당 지자체가 속한 도도부현 지사"의 동의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이거 때문에 2020년 말에 슷츠쵸와 카모에나이무라가 동시에 문헌조사를 신청했고 이미 3년이 지났지만 아직 다음 단계로 못 가고 있다.

 

현재 홋카이도지사는 스즈키 나오미치인데, 핵 폐기물 처리장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개요조사에 들어갈 경우 홋카이도 의회 조례에 따라 우리는 반대의 의견을 내겠다고 하고 있다.

올해 4월 통일지방선거에서 재선한 이후에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홋카이도 의회에는 일본 47개 도도부현 중에 유일하게 방사성 폐기물(핵폐기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조례가 제정되어 있다.

이거는 국내 어느 언론에서도 안 나온 거 같다.

애초에 홋카이도 슷츠쵸, 카모에나이무라 말고 이 폐기물 처리장을 추진하려는 곳이 없기 때문에 홋카이도에만 이 조례가 있는 거라고 봐야할 듯하다.

대마도는 나가사키현 소속인데, 대마도가 추진을 한다면 나가사키현에서도 반대 조례를 낼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리고 현재 최연소 지사인 오오이시 켄고 나가사키현 지사도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솔직히 어떤 지사가 저걸 당당하게 찬성하겠다고 하겠나 싶다.

핵 폐기물 처리장이 추진되려면

1. 지방자치단체장이 최소 20년 동안 계속 폐기물 처리장 설치 찬성파여야 하고

2. 지질 조사, 문서 자료 조사에서 문제가 없어야 하고

3. 지방자치단체가 속한 도도부현 지사가 찬성을 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이 다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쉽지 않고 모든 것이 다 맞아떨어져도 대마도는 아주 빨라도 25년은 걸릴 거 같다. 이러한 내용은 뉴시스, 부산일보 정도를 빼면 잘 보도되지 않는 듯하다.

 

근데 국내의 상황부터 어떻게 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싶다. 어차피 한국에서 뭐라고 한다고 일본에 핵 폐기물 처리장이 안 생기는 것도 아니고.

저 쪽의 사례를 보고 배워야 할 점은 배워야 할 듯 한데 한국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