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23. 20:18ㆍ일본 주식회사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가 화제가 되면서 주목받는 게 전고체 전지인데, 이름이 약간 비슷한 전수지(全樹脂)전지가 얼마 전에 TBS에 나왔었다.
수지는 말 그대로 해석하면 나무에서 나오는 기름이라는 의미이나 여기에서는 석유에서 뽑아낸 걸 쓰는 듯하다.
전수지 전지를 개발한 회사는 일본의 APB(All Polymer Battery라는 의미)라는 회사. 일본 사람도 잘 모르는 후쿠이현의 에치젠시에 있는 회사라고 한다.
CEO는 영상 초반에 나오는 호리에 히데아키(堀江 英明)라는 사람으로 1990년대부터 닛산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 전지 관련 연구를 했다고 한다. 닛산자동차에 입사한 것은 1985년이었고, APB는 2018년에 설립했다고 한다.
APB의 설립은 호리에씨와 케이오(한국에서는 게이오라고 부르지) 이노베이션 이니셔티브라는 곳에서 인력들이 나와서 진행됐다.
게이오 이노베이션 이니셔티브(KII)는 대형 증권사로 유명한 노무라홀딩스와 게이오기주쿠대학에서 같이 설립한 벤처캐피탈 같은 거라고 한다.
또한, 호리에씨가 게이오기주쿠대학 특임교수였다고 한다. 닛산에서 나와서 교수로 활동했던 듯하다.
닛산의 리프를 개발하는 과정을 주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영상에서는 말 그대로 전기차 업계의 파이오니어라고 소개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전지의 골격이 금속에서 석유 유래의 수지로 바뀌는 것이 기본적인 특징이라고 한다. 집전체는 수지로 된 시트를 사용하고, 수지로 코팅한 활물질을 사용하는 구조로 전극을 만든다고 한다.
간단한 구조의 전지인데, 리튬이온 전지와 다르게 전지를 자르거나 구멍을 뚫어도 불이 안나고, 전지를 겹치면 전압이 두 배로 올라간다고 한다. 직렬 연결 같은 느낌인 건가...
아무튼, 안전하고 높은 에너지 밀도도 재현이 가능하다고 한다. 제조 라인도 있는데 건조 공정이 필요 없다고 해서 코스트가 낮다고 한다.
회사에서 대규모 양산을 앞두고 고속 제조 라인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건조 공정이 없어서 고속 제조 공정을 만들 기 쉬운 거 같다. 마치 빵 위에 잼을 바르듯이 만들면 된다고 한다.
설비 투자가 1/10 정도면 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APB에서는 2026년 연산 5GWh의 축전량을 가진 전수지전지를 제조할 것이라고 한다.
주로 재생에너지 향(ESS 인 듯)으로 판매를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낮에 모은 태양광 전력을 밤에 사용할 수 있게 에너지를 저장하는 구조로 말이다. 후쿠이현 지사도 기대를 하고는 있다고 한다.
회사 사장이 방송국에 나와서 예전에는 하늘에서 내리는 물(비)을 담아두는 게 중요했지만, 21세기에는 전기를 담아두는 게 중요하다고 약을 팔고 있다.
시제품을 가져 왔는데 두께가 1mm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한다. 이걸 겹쳐서 쓸 수도 있다. Bipolar 구조로 할 수 있다 뭐 이런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1mm 두께 전지하나에 4V 정도로 100매를 겹치면 400V가 돼서 자동차에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고 한다. 수지로 전지를 만드는 생각은 나만 한 걸로 알고 있다(다른 전수지 전지는 없다는 의미 같다.)고 한다.
종래의 리튬이온 전지는 금속의 집전체에 활물질을 바르는데 딱딱해져서 재활용하는 것에 비용도 많이 들고 문제가 많다고 한다. 그걸 폴리머 형태로 해서 쉽게 해줄 수 있다고 한다.
공정이 간단해서 수명이 3배가 됐다고 하는데 리튬이온 전지 대비 수명이 3배라는 건지 기존 거를 3배로 개선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약간 전자에 가까운 듯하다.
출력이 리튬이온전지의 2.5배라고 한다. 밀도가 높아서 출력이 높다고 하는 거 같다.
전고체 전지 대비 이 전지의 장점은 생산 비용이 적고, 발화 리스크가 없는 것이다. 사장은 제조 장치 자체를 패키지로 파는 걸 추가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있다.
프린터로 종이를 뽑듯이 전지를 뽑아낼 수 있고, 자동으로 로봇이 전지를 만들기 때문에 전지를 생산하는 장치 자체를 거대 프린터 + 토너를 공급하는 형태로 세트로 팔 수 있다고 한다.
기술 유출이 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문제 없다고 한다.
근데, 애초에 자기들이 잘하면 자기들이 만들어서 팔면되고, 혁신적인 전지면 전 세계에서 문의가 쇄도할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과연 이게 잘 될 지에 대해서는 지금 의문이라고 봐야할 듯.
개인적으로 전기차 자체는 그렇게 좋게는 안 보지만, ESS도 있고 사용처는 많기 때문에 비관적이진 않다.
배터리 분야도 굉장히 다양한 전지에 도전하는 곳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지는 어느 쪽이 패권을 잡느냐가 중요할 듯하다.
한편, 산요화성(三洋化成, 상장사)이라는 곳에서 APB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작년 12월에 일부를 매각했다고 한다.
산요화성은 보통 아는 산요그룹은 아닌 거 같은데 이번 회계 결산기에 영업이익이 80억엔대 정도 나오는 중견 회사다. 이것도 실적이 줄어들어서 그렇게 된 거긴 하다.
이 산요화성이 예전에 전수지전지에 1000억엔을 투자하겠다면서 인수한 것의 하나가 APB였다.
설립 초기인 2019년부터 투자를 진행했고, 쭉 추가 투자를 했었어서 아마 실제 투자금액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1000억엔에는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4월 19일 기준으로 기업 가치 평가액이 237억엔 정도라고 한다. 누적 투자조달 금액은 약 100억엔 정도로 보고 있다.
산요화성이 가진 APB 지분율이 44.2%까지 갔었는데 이번에 일부 매각을 통해 10%로 지분율이 낮아졌다고 한다. 산요화성이 매각한 이유는 대량으로 양산하는 기술이 아직 되지 않아서 그런 거 같다.
전지 내부에 수분(액체를 말하는 듯도)이 들어가지 않는 구조라서 전지 내부를 진공상태로 해야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게 아직 부족해서 매각한 듯하다.
또한, 리튬이온전지도 공정 과정에서 안전성을 갖기 시작했고, 폭발의 위험도 조금은 줄어들어서 장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작게 만드는 건 어려워서 대형용으로 많이 쓰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분야는 중국, 한국에 일본 국내는 뭐 파나소닉 이런데도 있으니까 경쟁력이 있냐는 것도 의문의 하나라고.
https://xtech.nikkei.com/atcl/nxt/column/18/00001/07873/
한편, APB에 트리플원(Triple-1)이라는 회사가 지분을 취득해서 최대주주가 된 듯하다. 이 트리플원도 산요화성처럼 상장된 회사다. 종목 코드는 6695다.
트리플원의 실적은 벤처캐피탈 개념이라서 그런 지 뭐 별 거 없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1.6억엔에 그친다.
근데, 산요화성에 의하면 이 회사가 해외에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매각할 때 트리플원을 유니콘기업이라고 표기함.
본업은 반도체 관련 기술 개발을 도와주는 벤처캐피탈 같은 업무라고 한다. 트리플원이라는 곳의 대표이사 사장이 오오시마 뭐시기 인데(大島 麿礼, 조금 찾아보니 오오시마 마레이라고 한다.) APB의 부사장을 겸해서 하고 있다.
이 사람은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거 같아서 약간 사기 냄새가 나는 거 같기도 한데 유니콘이라니까 뭐 일단 알겠다.
유튜브 영상에 나온 호리에 히데아키가 사장이고 개발을 주도 했으니, 오오시마는 부사장 자리에 있는 듯하다. 트리플원이 산요화성으로부터 주식을 넘겨받고 33%가 넘는 1대 주주 지위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화제가 되는 건 APB가 올해 3월 27일에 사우디의 아람코와 협업을 위한 업무제휴를 발표했다고 한다.
오오시마 부사장은 150억엔 정도의 투자를 유치하여(아람코 대상은 아닌 듯) 생산시설을 갖추고 2026년에 5GWh를 달성하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근데, 이것도 전지가 그만큼 혁신적인 거라면 트리플원이 직접 투자를 하거나 하면 되는데 그게 아니니까 본인들 돈을 쓸 생각이 없는 듯하다.
과거인 2020년에는 일본의 가와사키중공업이 진행하는 무인 자율 주행 잠수정(AUV)에 APB의 전수지 전지를 넣어서 실증실험을 했었다고 한다.
실증실험을 한다는 얘기만 있고 3년이 지나도록 별 얘기가 없는 걸 보니 별 거 없긴 한 듯하다.
또한, 화면에서라도 실제로 전지를 단 자동차나 이런 거라도 VTR에서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그런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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